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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피해의식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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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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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니까 한참 오래 전 이야기네요.

난 서울에서 자라고 학교도 서울에서 다녔으니까

지방에서 자란 아이들과 본격적으로 마주친건 대학가서였는데.

고등학교 때 이야깁니다.

해남에서 올라 온 지방출신 친구가 하나 있었죠.

그렇게 친한 편은 아니었지만

우리 자랄 때 한반 하면 대충 이렇게 저렇게 섞여서

알고 지내게 마련이었죠.

이 녀석 공부는 그렇게 잘 하지도 열심히 하지도 않는 편이고

교우관계는 그냥 무난한 편인데

가까이 가면 옷에서 구수한 냄새가 나는

담배를 많이 피우는 녀석임을 금새 알 수 있는 정도.

근데 어느 날 국어 시간인데

담임이 국어 선생님이었거든요.

담임이 한참 수업을 하다가 문득 뭘 봤는지 이 녀석 이름을 부르더니

나오라 그러더니 목에 파스붙인 걸 까보더니

마구 때리는 겁니다.

평소 우리 담탱이가 애들 패는 스타일도 아니고

또 이 녀석이 수업 중에 뭔 잘못을 크게 한 것도 아닌 것 같고.

도대체 온순한 우리 담탱이가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애를 막 패서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기억 속에만 의문부호로 남기고

한참이 흘렀습니다.

내가 대학을 들어 가고 대학원 다닐 땐가

구내식당에 밥먹으려고 식판 들고 서있는데

옆에 있던 친구놈이 킥킥 거리며 여학생 하나를 가리킵니다.

평소에도 도서관에서 자주 보던 얌전한 여학생.

평소처럼 얌전한 차림새인데

목을 부자연스럽게 스카프로 가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뭐가?

하고 물었는데 친구 녀석이 가르쳐주길 그게 키스마크 가린 거라고

가르쳐 주더군요.

아~
아~
아~

나는 얌전하다고만 생각했던 그 여학생에게 놀라고

또 까마득히 잊었던 예전 해남에서 올라왔던 내 친구 생각에 놀라고

내가 그렇게 오랜동안 까마득히 몰랐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내가 오늘 이 이야기 왜 하냐면요.

해남이 전라도라던데

나는 해남하면 아름다운 바다만 떠오르고

고등학교 때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 자취하면서

사창가를 드나들었을 그 녀석을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그 녀석 말고도 해남에서 올라와 지금 판검사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해남은 전라도라서 특별할 게 없다는 겁니다.

우리 온순한 담탱이가 가를 왜 때렸는지

가가 전라도나 해남 출신이라서 때린 건 아니고

오히려 가가 잘 되라고

벌써부터 그런데 드나들면 니 남은 여생이 어떻겠니

아끼는 마음에 주어 팼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는 겁니다.

내 주변에 전라도 사람들 많습니다.

이들은 묘하게 뭉칩니다.

어떤 경우에는 소집단에 들어 가서 보면

전라도 향우회 하는 거 같은 경우도 있더군요.

그리고 묘한 자기들만의 뭔가가 있더군요.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이들에게

피해의식을 갖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고삘이가 사창가 드나들면

주어 맞는게 당연한 거지.

전라도라서 해남이라서

얻어 맞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해남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쓸데없는

모자란 자들의 피해의식으로 오염시키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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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08-1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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