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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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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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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시인 박인환(1926∼1956)의 고향인 강원 인제군 박인환문학관에는 술집 은성을 재현해놓았다.
배우 최불암의 모친이 6·25전쟁 후 황폐해진 서울 명동에서 운영하던 대폿집으로,
당시 예술가들의 사랑방이던 공간의 시간과 장소를 옮겨 보여준다.
그 유리창에는 시 ‘세월이 가면’ 시작 부분이 적혀 있다.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박인환이 ‘천재 시인 이상 추모의 밤’부터 4일간 폭음한 끝에 그해 3월 20일 타계하기 1주일 전, 마지막으로 남긴 시다.

그는 극작가 이진섭에게 은성에서 시를 건넸다.
이진섭은 그 자리에서 곡을 붙였고, 함께 있던 가수 나애심이 불렀다.
그 노래 음반이 나온 것은 박인환 별세 2개월 뒤였다. 그 후로 현인·현미·조용필·양희은·채은옥 등 많은 가수가 한두 단어를 살짝 바꾼 곡으로 리메이크해 불렀다.
가장 널리 알려지고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듀엣 뚜아에무아 1971년 앨범에 실렸던 버전이다.
박인희의 청아한 음색에 이필원의 짙은 감성이 나지막하게 얹힌.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하는 시 ‘목마와 숙녀’도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서울 낙원동에서 서점 마리서사(書肆)도 운영했다. 시인 오장환의 남만서점을 물려받아, 프랑스의 여성 화가 겸 시인 마리 로랑생의 이름을 붙여 바꿨다. 마리는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 사랑했었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흐른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 오고 종소리가 울리고/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하는 기욤의 시 ‘미라보 다리’가 나온 것도 그 결과다.

친구와 영화와 위스키를 좋아한 낭만주의자 박인환은 “우리는 위스키를 마신다. 첫 잔은 과거를 위해, 두 번째 잔은 오늘을 위해, 내일 그까짓 건 신경 쓸 필요 없다”고도 했다. 이제 서울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바뀐 망우리공동묘지에 그를 안장할 때 동료들이 관 속에 위스키도 넣어준 배경이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갔다. ‘세월이 가면’을 읊조리게도 하며.

https://youtu.be/25oXoRon05o?si=Ia0t5qXyunefL0A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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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02-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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