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세월이 가면

페이지 정보

황금알

본문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481〉

■ 세월이 가면 (박인환, 1926~1956)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1955년 시집 <박인환 선시집> (산호장)

 며칠 전부터 날씨가 추워지며 한낮에도 햇살이 그리워지는 요즘, 이제 곧 겨울이 올 것임을 알려 주는군요.
산기슭에서는 산국이 노랗게 피어 있으며, 동네 담장에는 노란빛 국화꽃들과 하얀 구절초가 시들지 않고 예쁜 모습으로 정답게 서 있습니다. 정원에는 여러 가지의 국화꽃들이 싱싱하게 피어 바람에 흔들리며, 우아한 가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하고요.
그렇지만 세월은 어느새 이리도 빠르게 무심히 흘렸는지… 올해도 다 끝났다는 것을 우리에게 새삼 알려줍니다 그려.

이 詩는 오래전, 지금은 이름을 잊었지만 강렬하게 사랑했던 사람과의 짜릿하고 그리운 기억을 낭만적인 정서에 젖어 회상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진지하게 읽다 보면 젊은 시절에 한두 번 뜨겁게 사랑해 보았던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누구라도 시인의 애잔한 감정에 금방 공감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우리 세대들에겐 말이죠.
조니워커를 좋아했다는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 시인은, 1956년 명동의 단골 술집에서 술에 취해 단숨에 썼다고 전해지는 이 시를 마지막으로 30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 詩는 현재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지만 우리 세대들에게는 아마 박인희가 노래한 <세월이 가면>을 통해 더욱 친숙해졌을 것입니다. Choi.
추천 0

작성일2023-11-05 11:38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정치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5064 장엄한 전쟁 인기글 황금알 2024-02-21 606 0
5063 내가 본 ”건국전쟁“ 댓글[2] 인기글 황금알 2024-02-21 604 0
5062 7만원은 검찰 기소, 그럼 300만원은? 인기글 양심 2024-02-21 652 0
5061 긴글이지만 읽어두면 좋은 소설 한권을 읽는 셈입니다 인기글첨부파일 황금알 2024-02-20 706 0
5060 50년 경력 흉부외과 심장 전문의사의 솔직한 한마디 인기글첨부파일 황금알 2024-02-20 886 0
5059 [변상욱쇼 24화] 황현필 재등판 | 한국사 최악의 빌런 5人 | 분열주의자, 거짓말쟁이 그리고 독재자 인기글 양심 2024-02-20 692 0
5058 [영화 '건국전쟁'의 거짓말 1] "이승만은 독재자가 아니고 이승만때 의회의 자유가 만개했다… 댓글[1] 인기글 양심 2024-02-20 657 0
5057 미시령 휴게소와 김건희! [최재영 목사] 인기글 양심 2024-02-19 681 0
5056 [인싸it] 보면 참 유익하고 들으면 행복해지는 인싸it | 240220 인기글 WTiger 2024-02-19 667 0
5055 [경축] 건국전쟁, 미국 의회 상영 결정 [레지스탕스TV, 정광용TV] 인기글 WTiger 2024-02-19 711 0
5054 [속보] 김영주 국회부의장, 민주당 탈당. 탈당 사유가.. 민주당은 이재명 사당. 민주당, 도미노 시작? [… 인기글 WTiger 2024-02-19 731 0
5053 "尹 대통령은 만행 사죄하라!" 폭발한 카이스트 동문들 (2024.02.17) 인기글 양심 2024-02-18 747 0
5052 [인싸it] 보면 참 유익하고 들으면 행복해지는 인싸it | 240219 인기글 WTiger 2024-02-18 711 0
5051 맨날 같은 이야기지만 동수(Gymlife2, 양심) 이 놈 정신병자에요. 인기글 WTiger 2024-02-18 782 0
5050 윤석열 난리났다, 카이스트 졸업생 엄마 한마디 "미쳤군".. 윤뚱 또 지각? 3시간 지연 인기글 양심 2024-02-18 747 0
5049 신간소개 '그는 그날 머리를 쓸어넘기지 않았다' 인기글 WTiger 2024-02-18 722 0
5048 너무 장하다 MBC! 카이스트 졸업식을 보도 인기글 양심 2024-02-18 740 0
5047 대통령 경호원 만행, 카이스트 선배들의 분노와 폭로 내용 인기글 양심 2024-02-17 731 0
5046 세월이 가면 인기글 황금알 2024-02-16 896 0
5045 [이춘근의 국제정치 302회] 트럼프의 나토 개무시: 막말이 아니라 전략이다 인기글 WTiger 2024-02-16 815 0
5044 중국 국빈초청간 문재인의 비참한 꼬락서니 댓글[2] 인기글 황금알 2024-02-16 950 1
5043 어느 댓글에서 인기글 황금알 2024-02-16 843 0
5042 건국전쟁 댓글[2] 인기글 황금알 2024-02-16 825 0
5041 이스라엘 지지 모임에 모인 사람들 인기글 똥WTiger 2024-02-16 799 0
5040 극비리에 쿠바와 전격 수교, 북한 김정은에게 뼈 아픈 이유 / SBS / 딥빽 댓글[1] 인기글 WTiger 2024-02-15 808 0
5039 [#벌거벗은세계사] (50분) 안경 쓴 사람은 모조리 00으로!! 캄보디아를 쑥대밭으로 만든 폴 포트의 광기… 인기글 WTiger 2024-02-15 823 0
5038 [인싸it] 보면 참 유익하고 들으면 행복해지는 인싸it | 240216 인기글 WTiger 2024-02-15 798 0
5037 “보지 않은 인간, 입 다물라” 한국사 일타 강사 ‘건국전쟁’ 관람평 인기글 WTiger 2024-02-15 842 0
5036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 폴포트 등 공산당 놈들이 학살한 인민의 수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인기글 WTiger 2024-02-15 824 0
5035 21세기에 북괴 세습독재 살인마 김일성이를 찬양하는 쌩미친놈 동수(Gymlife2, 양심)가 미친 소리 계속… 인기글 WTiger 2024-02-15 876 0
게시물 검색
* 본 게시판의 게시물에 대하여 회사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