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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건희 전시회, 무속인이 축사” 김의겸 회견은 거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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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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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전체 담긴 개막식 영상엔 유럽 외교관과 박물관協 이사장뿐
金, 무속인 혼자 나온 행사장 사진 1장 근거로 “축사했다”
‘영상 봤나’ 묻자 그 뒤론 해명 요청 전화 안 받아


“이종일(무속인)씨가 연단에 서서 발언하는 모습입니다. 개막식에 연단에서 발언하는 건 당연히 축사겠죠.”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2016년 전시회 개막식에서 무속인에게 축사를 맡겼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김씨와 무속인은 얼마만큼 가깝고 특별한 관계인 것이냐”고 했다. 수십여개 매체가 ‘현역 여당 국회의원 주장’을 기사화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지목한 행사의 개막식 생중계 영상은 6년이 지난 지금도 실시간 댓글과 함께 인터넷에 공개된 상태였다. 조선닷컴이 이 영상과 개막식 테이프커팅 사진 등을 확인한 결과, 축사 연사 4명은 주한(駐韓) 프랑스 대사, 스위스 대사 등이었으며, 이씨는 등장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영상을 직접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한 뒤, 다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축사한 인물, 외교관 3명과 박물관協 이사장뿐

김 의원이 지목한 행사는 2016년 12월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던 ‘르 코르뷔지에 전(展)’ 개막식이다.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회화, 드로잉, 조각, 설계도면 등을 전시한 행사였다. 이듬해 3월까지 진행된 이 전시에는 비공식 집계로 12만명이상이 다녀갔다고 한다.

행사는 르 코르뷔지에 재단이 주최했고, 김씨 소유의 주식회사 코바나와 인터넷매체 위키트리가 공동 주관했다.

21일에도 위키트리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이 개막식 생중계 영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영상은 개막식 사회를 맡은 윤인구 KBS 아나운서가 자기 소개에 이어 개막을 선언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어 식순 소개를 통해, 주최와 주관사 인삿말, 축하 인사, 특별 공연이 이어질 것이라 설명한다.

곧바로 인삿말이 시작됐다. 주최자인 르코르뷔지에 재단 이사장 앙트완 피콩이 먼저 연단에 섰고, 이어 김건희씨가 연단에 섰다. 앙트완과 김건희씨 발언 사이에 한번 영상이 끊어진다. 하지만 축사는 사회자가 사전 설명한대로 주최자와 주관사 인삿말이 나온 뒤부터 시작된다.

축사는 주한 외교관 3명과 내국인 1명이 맡았다. 주한 프랑스 대사 파비앙 페논, 주한 스위스 대사 리누스 폰 카르텔무르, 주일독일대사관 문화정치 담당관 요한쉴트가 차례로 축사를 했다. 이어 윤 아나운서가 “마지막 축하 인사를 해주실 분”라며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이사장 겸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을 소개하며 연단에 세운다.

김 이사장을 연설이 끝나자, 사회자는 “내빈 소개에 앞서, 주최측 말씀을 한번 더 듣고 내빈을 소개하겠다”며 르 코르뷔지에 재단 커미셔너 다니엘 폴리를 소개한다. 다니엘의 발언이 끝나면서 영상은 끝이난다. 이씨는 등장하지 않았다.


◇김의겸, 서로 다른 사진 3장 이어붙여 기자들 속였나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은 “코바나컨텐츠 행사는 무속인들의 축원을 받는 것이 관례였던 건가” “소 가죽 벗기는 굿을 집행하는 무속인이 대체 코바나컨텐츠의 대형 전시회를 시작하는 VIP개막식에 참석해서 발언까지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냐” “대체 김건희씨와 이들 무속인은 얼마만큼 가깝고 특별한 관계인 것이냐”고 했다.

그렇다면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김 의원은 당시 기자들에게 ‘그림판’을 보여줬다. 그림판에는 사진 2장이 좌우로 나란히 배치돼 있었고, 오른쪽 상단에 김건희씨 얼굴을 확대한 사진 하나가 더 있었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소가죽 굿'을 벌인 무속인 이종일(왼쪽)씨가 2016년 12월 6일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행사에서 축사를 했다고 주장하며 제시한 사진. /김의겸 의원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소가죽 굿'을 벌인 무속인 이종일(왼쪽)씨가 2016년 12월 6일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행사에서 축사를 했다고 주장하며 제시한 사진. /김의겸 의원실
왼쪽 사진은 무속인 이씨가 연단에 서 있는 사진을 정면에서 찍은 것이었다. 그런데 사진에는 이씨 혼자만 나온다. 청중이나 사회자 등 다른 사람은 전혀은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찍었다. 그나마 이씨 얼굴조차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이씨 왼쪽 귀를 포함한 왼쪽 몸통이 프레임 바깥으로 나가, 볼 수 없는 사진이다.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사진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소·돼지를 처분했던 이종일이 이 행사의 연단에 서서 발언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오른쪽 사진에는 이씨가 아예 없었다. 연단에서 누군가 카메라와 청중 앞에서 축사를 하는 장면인데, 축사하는 사람 얼굴은 블러(흐림) 처리로 알아볼 수 없다. 확인 결과 김종규 이사장의 축사 장면이었다.

김 의원은 조선닷컴에 “이씨가 연단에 있으니 축사를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행사 영상을 봤느냐’는 질문에도 “이씨가 행사장에 있었고, 연단에 올라 발언하는 사진이 있다. 그러면 축사를 하는 게 아니라면 뭘 하는 것인가”라고 하더니 “소가죽을 벗긴 사람이 그 자리에 왜 갔는지 코바나에 물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윤 후보 측에 물어봤다. 윤 후보 관계자는 “이씨가 사진을 찍은 장소는 개막식때 연단을 놓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배경에 르 코르뷔지에가 그려진 ‘포토존’이며, 원래 기념촬영을 하는 곳”이라며 “이씨 사진이란 게 어떻게 나왔는지 우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실제 축사를 맡은 것으로 확인된 귀빈들의 사회적 지위와 당시 영상 등을 보고 상식적으로 판단해달라”고 했다.

‘축사 인사 전원이 함께 등장한 사진’을 요청하자 개막식 테이프커팅 사진을 보내왔다. 주최자와 축사자 등 귀빈들이 동반 진행한 이 테이프커팅식 사진에도 이씨 모습은 없었다.

2016년 12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르코르뷔지에전 개막식 테이프 커팅 장면.
2016년 12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르코르뷔지에전 개막식 테이프 커팅 장면.
조선닷컴은 이에 대한 반박을 듣기 위해 김 의원에게 다시 전화했지만, 그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를 포함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각종 주장을 펴왔고,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김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다.
추천 4

작성일2022-02-1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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