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우회상장 '대박' 직전 비상장회사에 3억 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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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가 지난 2011년 우회상장 직전의 비상장회사에 3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우회상장 직후 회사의 가치는 폭등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미공개정보 이용 거래'에 해당하는 행위지만 당시 비상장법인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았다.
우회상장 이후 해당 회사에서는 주가조작 사건이 발생해 수사가 이루어졌다. 주가조작 사건은 김건희 씨의 투자 7개월 뒤에 발생했다. 공교롭게 당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다. 윤석열 후보 측은 김건희 씨가 이 투자로 시세 차익을 얼마나 얻었는지 답변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 모 씨다. 2009년 이 씨는 투자자문사를 설립한 뒤 일본의 유망 바이오기업인 '온콜리스바이오파마' (이하 온콜리스) 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독자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연구비를 너무 많이 지출한 탓에 자금난에 허덕이던 회사였다. 기술력과 미래 전망이 좋은 기업을 헐값에 인수할 기회라고 여겼다.
이 씨는 온콜리스를 인수할 수 있는 '비히클'이 될 만한 회사를 물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씨는 '유아이'라는 회사를 찾아냈다. 설립된 지 불과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바이오 제약회사였다. 이 씨는 유아이의 경영진이었던 안 모 씨와 한 모 씨를 설득했다. 자기 돈 10억 원과 지인들의 돈 30억 원을 합해 유아이 유상증자에 40억 원을 넣었고, 지분 45%를 획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 씨는 곧 유아이의 재무담당 이사에 취임했고,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곧이어 유아이를 활용해 일본 회사 온콜리스의 지분 획득에 나섰다. 2010년 9월 유아이는 유상증자 대금 40억 원으로 온콜리스의 지분 36.6%를 사들였다. 그 뒤 신주를 인수해 온콜리스 지분율을 50%까지 끌어올렸다. 모두 합해 60억 원 정도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온콜리스에서 이른바 '대박'이 터졌다. 인수 3개월 뒤인 2010년 12월, 온콜리스가 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에 3천억 원대 규모의 라이센싱 아웃 (기술 수출) 계약에 성공한 것이다. 마침 '바이오 붐'이 일던 시기였다. 온콜리스 인수와 수출 계약이라는 호재를 주식 시장에서의 수익으로 전환하려면 어떻게든 상장을 해야 했다. 그러나 유아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업력도 짧고 매출과 영업이익도 적었다.
이 씨는 '우회상장'이라는 길을 택했다. 코스닥 상장사였지만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 주가가 낮았던 '후너스'라는 회사를 선택했다. 2011년 2월부터 후너스 대주주 이 모 씨와 접촉해 인수를 타진한다. 그리고 마침내 인수가 결정됐다. 온콜리스의 호재를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대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김건희, 우회상장 직전 3억 원 투자.. 수억 원 시세차익 가능성
김건희 씨가 유아이 주식 3억 원어치를 사들인 것은 바로 이 시점이다. 2011년 4월 김건희 씨가 사들인 유아이 주식은 기존 대주주였던 한 모 씨가 보유하고 있었던 주식이다. 지난 2019년 검찰총장 인사 검증 당시 과거의 비상장주식 보유내역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는 김건희 씨가 유아이 주식을 사들일 당시의 매수 계약서를 스스로 제출한 바 있다.
김건희 씨가 유아이 주식을 사고 약 두 달 뒤인 2011년 6월 17일, 후너스는 유아이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다고 공시했다. 유아이가 후너스를 지배하는 모회사가 된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화학제품 제조회사에 불과했던 후너스는 이제 잘나가는 일본 바이오 회사를 보유한 유아이의 자회사가 됐다. 이 공시만으로도 후너스의 주가는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다.
6월 15일 종가 기준 주당 2,725원이던 후너스의 주가는 7월 20일 5,480원까지 올랐다. 유아이가 후너스 인수를 완료한 뒤인 같은 해 8월 주가는 장중 최고가 기준으로 13,682원을 찍기도 했다. 비록 비상장이었지만 후너스의 최대주주였던 유아이의 회사 가치가 오르는 건 당연했다.
김건희 씨는 얼마나 이득을 봤을까? 뉴스타파와 인터뷰한 한 투자회사 대표는 "비상장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의 가치가 올라가면 비상장사도 시장에서 가치가 상당 부분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상장사 주식이 그 정도로 올랐으면 언뜻 계산을 해봐도.. 3억에 샀으면 제가 봤을 때는 한 20억 원에는 팔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 샀을 때부터 누군가 그 주식을 받아주기로 설계가 되어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누구인지 몰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설계를 잘한 것 같네요.
[모 투자회사 대표]
뉴스타파는 윤석열 후보 측에 김건희 씨가 3억 원에 사들인 유아이 주식을 언제,
누구에게, 얼마에 팔았는지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건희, 비상장사 대주주 지분 어떻게 샀나
김건희 씨는 대체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받아, 곧 ‘대박’이 터지기 직전인 비상장사 유아이의 주식을 3억 원어치나 샀을까. 그것도 일반인이 아니라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말이다.
이와 관련해 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 말 주식시장의 한 ‘선수’로부터 제보를 받은 바가 있다. 이 기사의 맨 앞에 나오는 이 모 씨, 즉 유아이의 우회상장을 기획하고 실행해 유아이의 이사와 후너스의 부사장에 올랐던 투자자문사 대표 이 씨가 자신에게 “최은순의 돈을 관리한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했다는 것이다. 김건희와 함께 투자를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이00가 몇 번 얘기했어요. 윤석열 장모 얘기도 하고 자기가 관리한다는 얘기도 했지. 이거 했고 그 다음에 딴 것도 했고. 김건희랑도 뭐 투자 들어갔다고. 이00가 도이치모터스 얘기도 했었어요.
[주식시장 브로커 A 씨]
제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씨는 원래 최은순 씨의 돈을 관리하던 인물이다. 이 씨가 유아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40억 원을 넣었을 때, 이 씨 본인의 돈은 10억 원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30억 원은 지인들의 돈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이 지인들 가운데 한 명이 최은순 씨였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때는 아직 이 씨의 ‘기획’이 성공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였다. 반면 김건희 씨가 투자를 한 시점은 성공이 거의 확실해졌을 때, 즉 이 씨 등이 유아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온콜리스의 지분을 인수해 대박을 터뜨리고, 마지막으로 우회상장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호재성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일반인들은 시장에 유통되지 않는 비상장 주식을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죠. 특히 대주주로부터 직접 지분을 산다는 것은 뭔가 특수한 관계가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모 투자회사 대표]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이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법 174조는, 미공개 중요 정보, 즉 불특정 다수가 아직 알지 못하는 정보 가운데 투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상장법인 뿐 아니라 6개월 이내에 상장 예정이거나 우회상장 예정인 법인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우회상장 공시 두 달 전 대주주의 물량을 사들인 김건희 씨의 투자는 현행법대로라면 이 조항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2013년 이전에는 미공개정보 이용 거래 금지 대상이 상장법인에 국한됐다. 다시 말해 현재의 법 조항으로 보면 법 위반이지만 당시의 법 조항으로 보면 법 위반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김건희 씨가 유아이에 3억 원을 투자한 2011년 4월은 공교롭게도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였다. 뉴스타파는 김건희 씨가 유아이 주식을 사게 된 경위에 대해 유아이의 대주주였던 안 모 씨에게 물었지만 안 씨는 "경영에 관한 사항은 모두 이 씨와 다른 대주주 한 씨가 전담했다"고 답변했다.
유아이의 다른 대주주이자 김건희 씨에게 직접 주식을 매도했던 한 모 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회상장 전체를 기획한 이 씨에게도 여러 경로로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윤석열 후보 측은 최은순, 김건희 씨와 이 씨의 관계 및 김건희 씨의 주식 매수 경위를 묻는 뉴스타파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김건희 투자한 비상장사, 주가조작 연루
그런데 김건희 씨가 투자한 비상장사 유아이는 '대박' 이후 주가조작에 연루됐다. 유아이의 경영진으로 우회상장을 주도한 이 모 씨가 작전의 주범이었다. 법원의 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앞서 설명했듯 2011년 6월, 유아이와 후너스는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 씨는 후너스 대주주 A 씨 등으로부터 주식 1,000만 주를 주당 4,500원, 총 450억 원에 매입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매입자금이 모자랐다. 아무리 돈을 끌어와도 450억 원을 맞추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같은 해 8월 계약이 변경됐다. 유아이가 사주기로 한 후너스 주식은 1,000만 주에서 666만 주로 줄었고 매입 금액도 450억 원에서 300억 원이 됐다. 666만 주도 유아이가 다 사는 게 아니었다. 유아이는 444만 주(200억 원)만 사고, 나머지 177만 주(80억 원)는 사채업자 B 씨, 또 나머지 44만 주(20억 원)는 B 씨를 통해 소개받은 개인 두 명이 사는 것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여기에 '이면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계약 변경에 따라 주식 매입 규모가 1,000만 주에서 666만 주로 줄면서 후너스 대주주 A 씨에겐 333만 주가 잔여지분으로 남았다. 이 씨는 이 333만 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주당 1만 원 이상에 팔아주기로 A 씨에게 약속했다. 사채업자 B 씨의 주식 177만 주에 대해서도 같은 약속을 했다.
이 이면 계약이 이 씨의 발목을 잡았다. 주가가 문제였다. 우회상장 효과로 2011년 8월 1만3,000원대를 찍었던 후너스 주가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9월에는 6천 원대까지 떨어졌고, 10월에도 계속 1만 원대를 밑돌았다. 기존 대주주였던 A 씨와 사채업자 B 씨의 잔여 주식을 1만 원 이상에 팔아주기로 한 이면 계약을 지킬 수 없어졌다는 뜻이다. A, B 씨는 빨리 주식을 팔아달라고 이 씨를 압박했다. 결국 이 씨는 후너스 주가를 1만 원 이상으로 계속 유지하기 위해 주가조작의 길로 접어들었다.
2011년 11월, 이 씨는 '부띠끄', 즉 주식 투자 사무실을 운영하던 C, D 씨를 찾아가 시세조종을 의뢰했다. 시세조종자금 마련에는 후너스 주식이 이용됐다. 이 씨는 현물로 보관하고 있던 후너스 주식 222만 주를 C 씨 등에게 줬고, C 씨는 이 주식을 담보로 시세조종자금 100억 원을 빌려 작전에 들어갔다.
주가조작은 2011년 11월 16일부터 한 달 뒤인 12월 19일까지 이어졌다. 고가매수 주문 1,529회, 물량소진 주문 2,460회, 허수매수 주문 42회, 호가공백메우기 주문 39회 등 총 4,086회의 시세조종 주문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후너스의 주가는 한동안 1만 원 이상으로 유지됐고, 후너스의 주요 주주들은 주가조작에 속아 들어온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넘기고 떠났다. 후너스 최대주주였던 A 씨는 물론 이 씨와 함께 주당 4,500원에 유아이 주식을 샀던 사채업자 B 씨와 지인들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대주주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자 주가는 당연히 곤두박질쳤다. 본격적인 주가조작과 뒤처리, 일명 '설거지'까지 끝난 뒤인 2012년 3월 후너스 주가는 7천 원 선으로 주저앉았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후보 측에 후너스 주가조작이 실행되던 시기에도 김건희 씨가 유아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는지, 해당 시기에 유아이 경영진과 연락을 하고 있었는지 물었지만 윤석열 후보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에필로그 : '반쪽 수사'에 묻힌 진실, 그리고 어부지리
그런데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던 건 수사기관뿐만이 아니었다. 청와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첩보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후너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이 모 씨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의 친인척과 연관된 인물이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씨는 지난 2009년 한 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그런데 청와대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투자자문사 설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의 아내인 서향희 변호사가 개입했다. 이 씨가 당시 백 모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통해 서 변호사와 박지만 씨를 소개받았고, 투자자문사도 서 변호사와 공동 설립했다는 것이다.
유아이 이00과 서 변호사는 M&A 중개를 위해 PSNP 자회사 자격의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서 변호사는 PSNP 자금 10억 원을 해당 투자자문사에 투자해 참여했다.
*PSNP는 박지만 회장이 2008. 4. 8 자본금 30억 원으로 설립한 1인 주주 회사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서 (2013.8.26)]
이 씨는 서향희 변호사와 함께 설립한 투자자문사를 통해 유아이에 접근했고, 온콜리스 인수도 주관했다.청와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씨는 온콜리스 인수 추진 당시 서향희 변호사와 함께 수차례 동행했고, 해당 투자자문사는 온콜리스 인수를 성사시킨 대가로 10억 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받았다. 이 씨와 서향희 변호사를 연결해준 백 전 비서관은 유아이의 후너스 인수 직후, 이 씨의 요청으로 후너스의 감사를 맡기도 했다.
우회상장 '대박'과 주가조작, 그 모든 일의 시발점에 대통령의 친인척과 청와대 비서관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청와대로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특히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하경제 양성화 의지를 밝히며 '주가조작 엄단'을 지시하던 때였다. 주가조작범들과 전면전을 선포한 대통령의 친인척이 주가조작범과 동업을 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대통령의 체면도 구겨질 것이 뻔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의혹 수준으로 기사화되더라도 ‘주가조작 엄단’ 등 의지를 표명하신 VIP의 경제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음. 취재 및 보도 여부에 대한 동향 파악, 보도될 경우를 대비해 진상파악 및 대책 마련이 긴요.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서 (2013.8.26)]
이후 수사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뉴스타파에 이 모 씨와 최은순 씨의 관계를 제보한 제보자는 당시 수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굉장히 큰 사건이었는데 무마가 됐어요. 근데 이게 말도 안되는 거예요.
검찰 조사 가보니까, 내가 ‘우리 이렇게 이렇게 했습니다.’ 그러잖아요. 그러면 조사관이 ‘알았어’ 하고 이게 끝이야. 그거를 파고 들어가면 금방 다 걸리거든요. 조금만 파면은 이게 다 걸리는데… 서류 이런 거 가져다주면 (수사관들이) 그걸 그대로 인정을 해줘.
그때 변호사를 누구 썼냐면.. 홍00 하고 최00. 최00은 옷 벗은지 얼마 안돼서 수임 못하니까 계약은 홍00이랑 했지.
[주식시장 브로커 A씨]
청와대의 영향력 때문이었을까,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의 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둘 다였을까. 주범 이 씨는 주가조작 혐의 기소를 피했다. 다만 이사회 결의 없이 유아이가 보유한 후너스 주식 222만 주를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혐의(횡령)와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 혐의로만 재판에 넘겨졌을 뿐이다. 이 씨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건 이 씨의 '손발'이었던 C, D 씨뿐이었다. 그런데 C, D 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주가조작을 계획하고 의뢰한 게 이 씨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이 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사정라인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VIP와 연관된 부분을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00은 2011년 11월경 시세조종을 계획하고, 후너스 최대주주 A 씨와의 계약 진행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피고인들에게 시세조종을 의뢰했고,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블록딜 자문료 형식으로 시세조종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고 이를 승낙했다. (중략) 피고인들은 이 모 씨 등과 공모해 주식 시세조종을 했다.
[후너스 주가조작 사건 검찰 공소장 (2014.3.14)]
'반쪽 기소'로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끝낸 검찰은 재판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는 하나도 없었다.
증인 신청도 없었다. 공판 기일도 두 번이 전부였다. 1심 재판은 한 달여 만에 끝이 났다. 재판부는 C, D 씨에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추가 수사도 없었다.
결국 주가조작으로 이득을 본 사람이 더 있는지, 추가 공범·방조범이 있는지 등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모 씨에게 유아이 유상증자 대금 30억 원을 대준 사람들이 누군지도 규명되지 않았다.
우회상장 대박을 두 달 앞둔 시기에 감행했던 김건희 씨의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도 함께 묻혔다.
유아이-후너스 '우회상장' 일지
▶2010. 8
투자자문사 대표 이 모 씨, 일본 바이오기업 '온콜리스 바이오 파마' 인수 위해 비상장사 '유아이' 유상증자에 참여 -> 유아이 경영권 획득
▶2010. 9
유아이, 유상증자 대금 40억 원으로 온콜리스 지분 36.6% 인수
*신주 인수 통해 지분 50%까지 확보 (총 매입자금 약 60억 원 추정)
▶2010. 12 ~ 2011. 1
온콜리스, 다국적 제약회사 기술수출 계약 성공 등 호재 속출
▶2011. 1 ~ 2011. 2
유아이 경영진 이 모 씨, 코스닥 상장사 '후너스' 인수 통한 우회상장 기획
▶2011. 2 ~
이 모 씨, 후너스 최대주주 A 씨 등에게 접근, 인수합병 의사 타진
▶2011. 4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유아이에 3억 원 투자
*유아이 대표이자 대주주인 한 모 씨로부터 주식 매입
▶2011. 6. 17
후너스, 유아이와 경영권 양수도 계약 체결 사실 공시
▶2011. 6 ~ 2011. 8
후너스 주가 큰 폭 상승
* 6월 15일 종가 2,545원 -> 8월 5일 종가 12,374원
▶2011. 8. 25
후너스, 최대주주 유아이로 변경 공시
▶2011. 11. 16 - 2011.12.19
후너스 주가조작 사건 발생
▶2013. 7. 12
유아이 및 후너스 경영진이었던 이 모 씨 구속
▶2013. 8. 6
검찰, 이 모 씨 횡령 및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혐의로 기소
* 1, 2심 모두 무죄
▶2013. 8. 26
후너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청와대 민정수석실·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서 작성
* 후너스 사건에 VIP(대통령) 친인척 관련돼 있다는 내용
▶2014. 3. 14
검찰, 후너스 주가조작 사건 가담자 C, D 씨 기소
* '주가조작 의뢰자' 이 모 씨는 기소 안 함 (공소장에는 공범으로 적시)
▶2014. 4. 30
C, D 씨 집행유예 선고, 검찰 항소 포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가 지난 2011년 우회상장 직전의 비상장회사에 3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우회상장 직후 회사의 가치는 폭등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미공개정보 이용 거래'에 해당하는 행위지만 당시 비상장법인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았다.
우회상장 이후 해당 회사에서는 주가조작 사건이 발생해 수사가 이루어졌다. 주가조작 사건은 김건희 씨의 투자 7개월 뒤에 발생했다. 공교롭게 당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다. 윤석열 후보 측은 김건희 씨가 이 투자로 시세 차익을 얼마나 얻었는지 답변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 모 씨다. 2009년 이 씨는 투자자문사를 설립한 뒤 일본의 유망 바이오기업인 '온콜리스바이오파마' (이하 온콜리스) 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독자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연구비를 너무 많이 지출한 탓에 자금난에 허덕이던 회사였다. 기술력과 미래 전망이 좋은 기업을 헐값에 인수할 기회라고 여겼다.
이 씨는 온콜리스를 인수할 수 있는 '비히클'이 될 만한 회사를 물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씨는 '유아이'라는 회사를 찾아냈다. 설립된 지 불과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바이오 제약회사였다. 이 씨는 유아이의 경영진이었던 안 모 씨와 한 모 씨를 설득했다. 자기 돈 10억 원과 지인들의 돈 30억 원을 합해 유아이 유상증자에 40억 원을 넣었고, 지분 45%를 획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 씨는 곧 유아이의 재무담당 이사에 취임했고,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곧이어 유아이를 활용해 일본 회사 온콜리스의 지분 획득에 나섰다. 2010년 9월 유아이는 유상증자 대금 40억 원으로 온콜리스의 지분 36.6%를 사들였다. 그 뒤 신주를 인수해 온콜리스 지분율을 50%까지 끌어올렸다. 모두 합해 60억 원 정도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온콜리스에서 이른바 '대박'이 터졌다. 인수 3개월 뒤인 2010년 12월, 온콜리스가 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에 3천억 원대 규모의 라이센싱 아웃 (기술 수출) 계약에 성공한 것이다. 마침 '바이오 붐'이 일던 시기였다. 온콜리스 인수와 수출 계약이라는 호재를 주식 시장에서의 수익으로 전환하려면 어떻게든 상장을 해야 했다. 그러나 유아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업력도 짧고 매출과 영업이익도 적었다.
이 씨는 '우회상장'이라는 길을 택했다. 코스닥 상장사였지만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 주가가 낮았던 '후너스'라는 회사를 선택했다. 2011년 2월부터 후너스 대주주 이 모 씨와 접촉해 인수를 타진한다. 그리고 마침내 인수가 결정됐다. 온콜리스의 호재를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대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김건희, 우회상장 직전 3억 원 투자.. 수억 원 시세차익 가능성
김건희 씨가 유아이 주식 3억 원어치를 사들인 것은 바로 이 시점이다. 2011년 4월 김건희 씨가 사들인 유아이 주식은 기존 대주주였던 한 모 씨가 보유하고 있었던 주식이다. 지난 2019년 검찰총장 인사 검증 당시 과거의 비상장주식 보유내역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는 김건희 씨가 유아이 주식을 사들일 당시의 매수 계약서를 스스로 제출한 바 있다.
김건희 씨가 유아이 주식을 사고 약 두 달 뒤인 2011년 6월 17일, 후너스는 유아이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다고 공시했다. 유아이가 후너스를 지배하는 모회사가 된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화학제품 제조회사에 불과했던 후너스는 이제 잘나가는 일본 바이오 회사를 보유한 유아이의 자회사가 됐다. 이 공시만으로도 후너스의 주가는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다.
6월 15일 종가 기준 주당 2,725원이던 후너스의 주가는 7월 20일 5,480원까지 올랐다. 유아이가 후너스 인수를 완료한 뒤인 같은 해 8월 주가는 장중 최고가 기준으로 13,682원을 찍기도 했다. 비록 비상장이었지만 후너스의 최대주주였던 유아이의 회사 가치가 오르는 건 당연했다.
김건희 씨는 얼마나 이득을 봤을까? 뉴스타파와 인터뷰한 한 투자회사 대표는 "비상장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의 가치가 올라가면 비상장사도 시장에서 가치가 상당 부분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상장사 주식이 그 정도로 올랐으면 언뜻 계산을 해봐도.. 3억에 샀으면 제가 봤을 때는 한 20억 원에는 팔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 샀을 때부터 누군가 그 주식을 받아주기로 설계가 되어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누구인지 몰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설계를 잘한 것 같네요.
[모 투자회사 대표]
뉴스타파는 윤석열 후보 측에 김건희 씨가 3억 원에 사들인 유아이 주식을 언제,
누구에게, 얼마에 팔았는지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건희, 비상장사 대주주 지분 어떻게 샀나
김건희 씨는 대체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받아, 곧 ‘대박’이 터지기 직전인 비상장사 유아이의 주식을 3억 원어치나 샀을까. 그것도 일반인이 아니라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말이다.
이와 관련해 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 말 주식시장의 한 ‘선수’로부터 제보를 받은 바가 있다. 이 기사의 맨 앞에 나오는 이 모 씨, 즉 유아이의 우회상장을 기획하고 실행해 유아이의 이사와 후너스의 부사장에 올랐던 투자자문사 대표 이 씨가 자신에게 “최은순의 돈을 관리한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했다는 것이다. 김건희와 함께 투자를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이00가 몇 번 얘기했어요. 윤석열 장모 얘기도 하고 자기가 관리한다는 얘기도 했지. 이거 했고 그 다음에 딴 것도 했고. 김건희랑도 뭐 투자 들어갔다고. 이00가 도이치모터스 얘기도 했었어요.
[주식시장 브로커 A 씨]
제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씨는 원래 최은순 씨의 돈을 관리하던 인물이다. 이 씨가 유아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40억 원을 넣었을 때, 이 씨 본인의 돈은 10억 원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30억 원은 지인들의 돈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이 지인들 가운데 한 명이 최은순 씨였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때는 아직 이 씨의 ‘기획’이 성공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였다. 반면 김건희 씨가 투자를 한 시점은 성공이 거의 확실해졌을 때, 즉 이 씨 등이 유아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온콜리스의 지분을 인수해 대박을 터뜨리고, 마지막으로 우회상장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호재성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일반인들은 시장에 유통되지 않는 비상장 주식을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죠. 특히 대주주로부터 직접 지분을 산다는 것은 뭔가 특수한 관계가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모 투자회사 대표]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이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법 174조는, 미공개 중요 정보, 즉 불특정 다수가 아직 알지 못하는 정보 가운데 투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상장법인 뿐 아니라 6개월 이내에 상장 예정이거나 우회상장 예정인 법인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우회상장 공시 두 달 전 대주주의 물량을 사들인 김건희 씨의 투자는 현행법대로라면 이 조항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2013년 이전에는 미공개정보 이용 거래 금지 대상이 상장법인에 국한됐다. 다시 말해 현재의 법 조항으로 보면 법 위반이지만 당시의 법 조항으로 보면 법 위반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김건희 씨가 유아이에 3억 원을 투자한 2011년 4월은 공교롭게도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였다. 뉴스타파는 김건희 씨가 유아이 주식을 사게 된 경위에 대해 유아이의 대주주였던 안 모 씨에게 물었지만 안 씨는 "경영에 관한 사항은 모두 이 씨와 다른 대주주 한 씨가 전담했다"고 답변했다.
유아이의 다른 대주주이자 김건희 씨에게 직접 주식을 매도했던 한 모 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회상장 전체를 기획한 이 씨에게도 여러 경로로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윤석열 후보 측은 최은순, 김건희 씨와 이 씨의 관계 및 김건희 씨의 주식 매수 경위를 묻는 뉴스타파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김건희 투자한 비상장사, 주가조작 연루
그런데 김건희 씨가 투자한 비상장사 유아이는 '대박' 이후 주가조작에 연루됐다. 유아이의 경영진으로 우회상장을 주도한 이 모 씨가 작전의 주범이었다. 법원의 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앞서 설명했듯 2011년 6월, 유아이와 후너스는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 씨는 후너스 대주주 A 씨 등으로부터 주식 1,000만 주를 주당 4,500원, 총 450억 원에 매입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매입자금이 모자랐다. 아무리 돈을 끌어와도 450억 원을 맞추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같은 해 8월 계약이 변경됐다. 유아이가 사주기로 한 후너스 주식은 1,000만 주에서 666만 주로 줄었고 매입 금액도 450억 원에서 300억 원이 됐다. 666만 주도 유아이가 다 사는 게 아니었다. 유아이는 444만 주(200억 원)만 사고, 나머지 177만 주(80억 원)는 사채업자 B 씨, 또 나머지 44만 주(20억 원)는 B 씨를 통해 소개받은 개인 두 명이 사는 것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여기에 '이면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계약 변경에 따라 주식 매입 규모가 1,000만 주에서 666만 주로 줄면서 후너스 대주주 A 씨에겐 333만 주가 잔여지분으로 남았다. 이 씨는 이 333만 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주당 1만 원 이상에 팔아주기로 A 씨에게 약속했다. 사채업자 B 씨의 주식 177만 주에 대해서도 같은 약속을 했다.
이 이면 계약이 이 씨의 발목을 잡았다. 주가가 문제였다. 우회상장 효과로 2011년 8월 1만3,000원대를 찍었던 후너스 주가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9월에는 6천 원대까지 떨어졌고, 10월에도 계속 1만 원대를 밑돌았다. 기존 대주주였던 A 씨와 사채업자 B 씨의 잔여 주식을 1만 원 이상에 팔아주기로 한 이면 계약을 지킬 수 없어졌다는 뜻이다. A, B 씨는 빨리 주식을 팔아달라고 이 씨를 압박했다. 결국 이 씨는 후너스 주가를 1만 원 이상으로 계속 유지하기 위해 주가조작의 길로 접어들었다.
2011년 11월, 이 씨는 '부띠끄', 즉 주식 투자 사무실을 운영하던 C, D 씨를 찾아가 시세조종을 의뢰했다. 시세조종자금 마련에는 후너스 주식이 이용됐다. 이 씨는 현물로 보관하고 있던 후너스 주식 222만 주를 C 씨 등에게 줬고, C 씨는 이 주식을 담보로 시세조종자금 100억 원을 빌려 작전에 들어갔다.
주가조작은 2011년 11월 16일부터 한 달 뒤인 12월 19일까지 이어졌다. 고가매수 주문 1,529회, 물량소진 주문 2,460회, 허수매수 주문 42회, 호가공백메우기 주문 39회 등 총 4,086회의 시세조종 주문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후너스의 주가는 한동안 1만 원 이상으로 유지됐고, 후너스의 주요 주주들은 주가조작에 속아 들어온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넘기고 떠났다. 후너스 최대주주였던 A 씨는 물론 이 씨와 함께 주당 4,500원에 유아이 주식을 샀던 사채업자 B 씨와 지인들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대주주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자 주가는 당연히 곤두박질쳤다. 본격적인 주가조작과 뒤처리, 일명 '설거지'까지 끝난 뒤인 2012년 3월 후너스 주가는 7천 원 선으로 주저앉았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후보 측에 후너스 주가조작이 실행되던 시기에도 김건희 씨가 유아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는지, 해당 시기에 유아이 경영진과 연락을 하고 있었는지 물었지만 윤석열 후보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에필로그 : '반쪽 수사'에 묻힌 진실, 그리고 어부지리
그런데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던 건 수사기관뿐만이 아니었다. 청와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첩보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후너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이 모 씨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의 친인척과 연관된 인물이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씨는 지난 2009년 한 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그런데 청와대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투자자문사 설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의 아내인 서향희 변호사가 개입했다. 이 씨가 당시 백 모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통해 서 변호사와 박지만 씨를 소개받았고, 투자자문사도 서 변호사와 공동 설립했다는 것이다.
유아이 이00과 서 변호사는 M&A 중개를 위해 PSNP 자회사 자격의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서 변호사는 PSNP 자금 10억 원을 해당 투자자문사에 투자해 참여했다.
*PSNP는 박지만 회장이 2008. 4. 8 자본금 30억 원으로 설립한 1인 주주 회사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서 (2013.8.26)]
이 씨는 서향희 변호사와 함께 설립한 투자자문사를 통해 유아이에 접근했고, 온콜리스 인수도 주관했다.청와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씨는 온콜리스 인수 추진 당시 서향희 변호사와 함께 수차례 동행했고, 해당 투자자문사는 온콜리스 인수를 성사시킨 대가로 10억 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받았다. 이 씨와 서향희 변호사를 연결해준 백 전 비서관은 유아이의 후너스 인수 직후, 이 씨의 요청으로 후너스의 감사를 맡기도 했다.
우회상장 '대박'과 주가조작, 그 모든 일의 시발점에 대통령의 친인척과 청와대 비서관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청와대로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특히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하경제 양성화 의지를 밝히며 '주가조작 엄단'을 지시하던 때였다. 주가조작범들과 전면전을 선포한 대통령의 친인척이 주가조작범과 동업을 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대통령의 체면도 구겨질 것이 뻔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의혹 수준으로 기사화되더라도 ‘주가조작 엄단’ 등 의지를 표명하신 VIP의 경제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음. 취재 및 보도 여부에 대한 동향 파악, 보도될 경우를 대비해 진상파악 및 대책 마련이 긴요.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서 (2013.8.26)]
이후 수사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뉴스타파에 이 모 씨와 최은순 씨의 관계를 제보한 제보자는 당시 수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굉장히 큰 사건이었는데 무마가 됐어요. 근데 이게 말도 안되는 거예요.
검찰 조사 가보니까, 내가 ‘우리 이렇게 이렇게 했습니다.’ 그러잖아요. 그러면 조사관이 ‘알았어’ 하고 이게 끝이야. 그거를 파고 들어가면 금방 다 걸리거든요. 조금만 파면은 이게 다 걸리는데… 서류 이런 거 가져다주면 (수사관들이) 그걸 그대로 인정을 해줘.
그때 변호사를 누구 썼냐면.. 홍00 하고 최00. 최00은 옷 벗은지 얼마 안돼서 수임 못하니까 계약은 홍00이랑 했지.
[주식시장 브로커 A씨]
청와대의 영향력 때문이었을까,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의 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둘 다였을까. 주범 이 씨는 주가조작 혐의 기소를 피했다. 다만 이사회 결의 없이 유아이가 보유한 후너스 주식 222만 주를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혐의(횡령)와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 혐의로만 재판에 넘겨졌을 뿐이다. 이 씨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건 이 씨의 '손발'이었던 C, D 씨뿐이었다. 그런데 C, D 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주가조작을 계획하고 의뢰한 게 이 씨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이 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사정라인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VIP와 연관된 부분을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00은 2011년 11월경 시세조종을 계획하고, 후너스 최대주주 A 씨와의 계약 진행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피고인들에게 시세조종을 의뢰했고,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블록딜 자문료 형식으로 시세조종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고 이를 승낙했다. (중략) 피고인들은 이 모 씨 등과 공모해 주식 시세조종을 했다.
[후너스 주가조작 사건 검찰 공소장 (2014.3.14)]
'반쪽 기소'로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끝낸 검찰은 재판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는 하나도 없었다.
증인 신청도 없었다. 공판 기일도 두 번이 전부였다. 1심 재판은 한 달여 만에 끝이 났다. 재판부는 C, D 씨에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추가 수사도 없었다.
결국 주가조작으로 이득을 본 사람이 더 있는지, 추가 공범·방조범이 있는지 등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모 씨에게 유아이 유상증자 대금 30억 원을 대준 사람들이 누군지도 규명되지 않았다.
우회상장 대박을 두 달 앞둔 시기에 감행했던 김건희 씨의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도 함께 묻혔다.
유아이-후너스 '우회상장' 일지
▶2010. 8
투자자문사 대표 이 모 씨, 일본 바이오기업 '온콜리스 바이오 파마' 인수 위해 비상장사 '유아이' 유상증자에 참여 -> 유아이 경영권 획득
▶2010. 9
유아이, 유상증자 대금 40억 원으로 온콜리스 지분 36.6% 인수
*신주 인수 통해 지분 50%까지 확보 (총 매입자금 약 60억 원 추정)
▶2010. 12 ~ 2011. 1
온콜리스, 다국적 제약회사 기술수출 계약 성공 등 호재 속출
▶2011. 1 ~ 2011. 2
유아이 경영진 이 모 씨, 코스닥 상장사 '후너스' 인수 통한 우회상장 기획
▶2011. 2 ~
이 모 씨, 후너스 최대주주 A 씨 등에게 접근, 인수합병 의사 타진
▶2011. 4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유아이에 3억 원 투자
*유아이 대표이자 대주주인 한 모 씨로부터 주식 매입
▶2011. 6. 17
후너스, 유아이와 경영권 양수도 계약 체결 사실 공시
▶2011. 6 ~ 2011. 8
후너스 주가 큰 폭 상승
* 6월 15일 종가 2,545원 -> 8월 5일 종가 12,374원
▶2011. 8. 25
후너스, 최대주주 유아이로 변경 공시
▶2011. 11. 16 - 2011.12.19
후너스 주가조작 사건 발생
▶2013. 7. 12
유아이 및 후너스 경영진이었던 이 모 씨 구속
▶2013. 8. 6
검찰, 이 모 씨 횡령 및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혐의로 기소
* 1, 2심 모두 무죄
▶2013. 8. 26
후너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청와대 민정수석실·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서 작성
* 후너스 사건에 VIP(대통령) 친인척 관련돼 있다는 내용
▶2014. 3. 14
검찰, 후너스 주가조작 사건 가담자 C, D 씨 기소
* '주가조작 의뢰자' 이 모 씨는 기소 안 함 (공소장에는 공범으로 적시)
▶2014. 4. 30
C, D 씨 집행유예 선고, 검찰 항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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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3-06 13:46
진리님의 댓글
진리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캐면 캘수록 비리가 줄줄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산울림님의 댓글
산울림
KBS의 김건희 주가조작 보도, 일부 오보… 언중위 “11일까지 공지하라”
KBS, 김씨 계좌가 간 이른바 ‘자전거래’ 보도
검찰 기록 오기를 그대로 옮기다 발생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한 KBS 보도에 대해 ‘일부 오보’라는 취지의 조정 결정을 내렸다. KBS는 이달 11일까지 해당 기사의 온라인판에 본문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을 담은 정정보도문을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KBS는 지난달 10일 인터넷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단독]김건희, 2010년 5월 이후 주식 거래 없다더니…40여 건 확인> 기사를 내보냈다. 김씨와 윤석열 캠프가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와 관련해 내놓은 해명이 거짓이라는 내용이었다.
기사에서 KBS는 “사건 수사 기록 내용을 확인해 봤다”며 매수자와 매도자가 짬짜미해 주식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미는 이른바 ‘통정 거래’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모친 최은순 씨와 주식을 사고팔거나 여러 증권사에 개설한 김 씨 명의 주식계좌끼리 거래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언중위는 이 대목에 대해 기사의 온라인판에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정정보도문을 추가하도록 결정했다. 정정보도문에는 “김건희씨의 주식 계좌 간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내역은 김건희씨와 이름이 비슷한 다른 계좌들 간 거래를 검찰이 오기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문장이 담겼다.
KBS, 김씨 계좌가 간 이른바 ‘자전거래’ 보도
검찰 기록 오기를 그대로 옮기다 발생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한 KBS 보도에 대해 ‘일부 오보’라는 취지의 조정 결정을 내렸다. KBS는 이달 11일까지 해당 기사의 온라인판에 본문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을 담은 정정보도문을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KBS는 지난달 10일 인터넷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단독]김건희, 2010년 5월 이후 주식 거래 없다더니…40여 건 확인> 기사를 내보냈다. 김씨와 윤석열 캠프가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와 관련해 내놓은 해명이 거짓이라는 내용이었다.
기사에서 KBS는 “사건 수사 기록 내용을 확인해 봤다”며 매수자와 매도자가 짬짜미해 주식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미는 이른바 ‘통정 거래’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모친 최은순 씨와 주식을 사고팔거나 여러 증권사에 개설한 김 씨 명의 주식계좌끼리 거래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언중위는 이 대목에 대해 기사의 온라인판에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정정보도문을 추가하도록 결정했다. 정정보도문에는 “김건희씨의 주식 계좌 간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내역은 김건희씨와 이름이 비슷한 다른 계좌들 간 거래를 검찰이 오기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문장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