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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인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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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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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십사야전병원(第十四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二十)원 때문에 십(十)원 때문에 일(一)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一)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


김수영님이 이 시를 1965년에 쓰셨다고 한다..

거의 50년전
나와 같은 고민에 빠진이가 있었고

그 50년쯤 후
김수영님과 같은 고민에 빠진 내가 여기에 있다.

고백한다
나는 소인배다..

모래, 바람, 먼지, 풀 보다 작은
나는 소인배다..

근데
배는 많이 나와있다

배만 대인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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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3-08-04 21:44

비님의 댓글

우씨~~~~~~~~~~~ 그럼 전 Average 도 못되네.. ㅋ
김제비님.. 이세상에서 씹으면 씹을수록 시간도 빨리가고 맛도 솔솔있고 또 씹어도 씹어도 질리지도 않는것이 뭔지 아시나요?? ㅎㅎ

소인배가 안되도록 노력하고 반성하겠습니다..
아.. 왜 이케 찝찝 할까? 흠 ~~~~~~~~~

무심한 별님의 댓글

무심한 별
65년에 저렇게 최첨단, 모던언어를 휘두르시던
참 깐깐한 양반.멋있어.
정말 같은고민 하시나요?^^

몸 한구석
대인배, 그게 어딥니까요...으으읔.

멋진상상님의 댓글

멋진상상
사람사는 곳에서
사람과 사람이야기 하는 것이
소인배라면 기꺼이 소인배가 되겠습니다.. ^^

근데..
혹시 저 위에..
TALL PEOPLE 에 관한 말은 없나여?

지가람님의 댓글

지가람
언제 다시 저 고궁을 거닐어나 볼 수 있을까요

저 고궁을 지나왔기에 오늘 이 돌담길을 걷고 있는 것이거늘...
소인배라면 그렇게 걷는 제 발길 알아체기라도 하겠지만
대인배라 제가 걷는 발이 안 보이니 세상이 지금 제 가는
길이 廣平大路인 것도 모르고 갑죽 거리는 게 아닐까요
소쩍새 우는 바우가 있는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찹살떠억,메밀무욱 소리가 반공방첩 포스터가 너덜거리는
골목을 휘돌아가는 머리로 들리던 야경꾼의 딱닥이소리와
호루라기 소리 멀어지던 그 흑백 사진 한장 !

김기자님의 댓글

김기자
소인 배는... 홀쪽한 배
대인 배는... 빵빵한 배

전 대인배

비님
별님
멋진님
가람님

어떤 배 이십니까?

지가람님의 댓글

지가람
제 생각에는요

비님은 종이배
별님은 은하수배
멋진님은 돛단배

글구

저 가람은 헛배

비님의 댓글

ㅎㅎ 비에 흘러내려가는 종이배..
아 조아 조아.. ^^
가람님은 역쉬야...

김기자님의 댓글

김기자
비님은 종이배
별님은 은하수배
멋진님은 돛단배 ..

맞습니다 맞고요..

가람님은 헛배가 아니라
연륜있는 나룻배 ^^

밤이 늦어서
먼저 배깔고 엎어집니다요

다들 존 밤 되세여 ^^

멋진상상님의 댓글

멋진상상
지가람님께 감사드립니다
돛단배..
너무 좋네요 ^^

기자님은 모두를
배부르고 행복하게하는 나주배..

지가람님은 모두를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는 항공모함?

운치가 없어서 다른 거..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는 크루즈선?..

^^;

지가람님의 댓글

지가람
예, 배에는
기차 역에서 목이 쉰
기적소리와 함께 흩어지던
내 배 사세요 하던 내 배와
비스무리한 내배 그리고

니배 그배 어느배 이배 저배 요배 고배 설사배에

돛이 없는 작은 배 거룻배
돛대가 한개인 작은 배 야거리
돛대가 두개인 두대박이
넓이가 넓은 너벅선
바다를 다니는 큰 나무배 당도리
그리고
나루만 왔다갔다하는 나룻배들이
국어사전에 정박해 있던데
골라들 보심이 어떠하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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