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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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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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肉鐸


배한봉(1962~)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肉鐸같다
더 이상 칠 것이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나도 한때 바닥을 친 뒤 바닥보다 더 깊고 어둔 바닥을 만난 적이 있다
육탁을 치는 힘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바닥 치면서 알았다
도다리 광어 우럭들도 바다가 다 제 세상이었던 때 있었을 것이다
내가 무덤 속 같은 검은 비닐봉지의 입을 열자
고기 눈 속으로 어판장 알전구 빛이 심해처럼 캄캄하게 스며들었다
아직도 바다 냄새 싱싱한.
공포 앞에서도 아니 죽어서도 닫을 수 없는 작고 둥근 창문
늘 열려 있어서 눈물 고일 시간도 없었으리라
고이지 못한 그 시간들이 염분을 풀어 바닷물을 저토록 짜게 만들었으리라
누군가를 오래 기다린 사람의 집 창문도 저렇게 늘 열려서 불빛을 흘릴 것
이다
지하도에서 역 대합실에서 칠 바닥도 없이 하얗게 소금에 절이는 악몽을 꾸다
잠깬
그의 작고 둥근 창문도 소금보다 눈부신 그 불빛 그리워할 것이다
집에 도착하면 캄캄한 방문을 열고
나보다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부터 마중할 새끼들 같은,새끼들 눈빛 같은


*

십일 월이
그나마 뎅스기빙하게
저물고 있습니다

감사할 것 없다 싶다가도
바닥이나 칠 육탁 그 몸이 건재함을
새삼 생각는 시절입니다

밤이 자꾸 깊어지는만큼
당분간 생각도 깊어지겠지요

깊은 곳에 드리운 그물처럼
한 생각 건져 올려지겠지요

뎅스기빙하게 !

작성일2013-11-29 22:17

김기자님의 댓글

김기자
이 생의
마지막 처럼
숨 헐떡이던 11월

이제는
임종처럼
조용히 다가올 12월

감사와 분노도
행복과 불행도

한 여름
매미소리 같은
일장춘몽..

++

오늘 밤이 지나면
또 한번 역사에 남을 2013년의 마지막 달이 됩니다.

또 한번 후회의 장을 넘기며
허무 할수도 있는 새해를 가늠해 봅니다...


지가람님의 댓글

지가람
조용히 다가 온 시비워를 석 장 째 넘겨야겠습니다
넘겨야 할 것이 없을 때까지
넘겨야 할 것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아야 하겠지요

누가 대신 넘겨 줄 수도 없고 더구나
누가 대신 넘겨 주어서는 아니 될 것이기에
힘들어도 싫어도 또 한 장 넘겨야 하나 봅니다

한 여름의 몇일을 위해 수수년을
빛을 버리고 살아서야
득음을 하는 매미처럼
어차피 불러야 하는 노래라면
한 장, 한 장, 몇 장일런지
목이 터져라 해야햐겠지요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노래를 위해
목감기만큼은 앓지않도록
유위해야겠습니다

내일모레는 오래만에 비같은 비도
온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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